서울대학교 조동일 교수는 책을 읽는 자세는 다음과 같이 두 가지 방법이 있다고 하였다.
첫째는, "빠져들며 읽기"이다.
이는 저자의 주장과 논리는 받아들이면서 책을 읽어 나아가는 방법이다. 책의 내용에 대한 비판적 시각 보다는 책의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하려는 자세로 책을 읽는 방법이다.
둘째는, "따지면서 읽기"이다.
이는 저자의 주장과 논리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그것들이 과연 옳은가에 대해서 생각하면서 책을 읽어 나아가는 방법이다. 책의 내용에 대한 비판적 시각으로 접근하면서 논리나 주장의 모순이나 오류 등을 발견하고자 애쓰며 책을 읽는 방법이다.
학생들의 질문을 받다 보면은 위의 "둘째"의 자세로 교재를 읽고, 강의를 듣는 학생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이런 학생들은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사고력이 뛰어난 학생들일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이런 학생들 가운데 상당수가 객관식 시험에서는 실패하는 경우를 많이 목격하게 된다.
그 이유는 객관식 문제를 접할 때에도 역시 비판적인 자세로 임하다 보니 정답을 찾기가 매우 힘이 들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떤 문제가 "다음 중 옳은 것은?"이라고 되어 있을 때 위와 같은 태도를 가진 학생이 과연 정답을 찾을 수 있을까? 매우 힘들 것이다. 모든 지문에서 잘못되고 틀린 점들이 먼저 눈에 띄기 때문이다.
사람의 언어는 완벽하지 않다.
어떤 주제를 설명할 때 100%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어떤 문장이든지 약간의 헛점이 있게 마련이다.
여기서 요구되는 자세는 전체적인 시각에서 그 문장이 의도하는 의미를 파악하는 능력이다. 이런 능력이 있어야만 시험에서 정답을 고를 수 있게 된다.
교재를 읽으면서, 강의를 들으면서 어떤 내용이 나왔을 때 "그렇지 않을 수 있다"라는 태도를 취하여 "아니지 않습니까?"라고 반문하는 것 보다는, "왜 그런가" "그렇게 주장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에 보다 집중하는 것이 수험생의 바람직한 자세이다.
우리가 치르는 시험은 결코 수험생의 개인적 생각을 묻지 않는다.
교재에 나타난 학설이나 이론을 수험생 개인이 수긍하고 받아들이는가에 대해서도 전혀 관심이 없다. 오직 교재의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했고, "암기"했는가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다.
기존의 이론과 학설에 대한 비판적 고찰은 시험이 아니라 학문의 영역에 속하는 문제이다.